김태은 개인전 [11.11.18 - 11.12.18]
대립된 충돌, 감시와 공유의 정치 공간 「판문점」

영화가 어떤 특정한 사건과 시, 공간적인 배경을 재현할 수 있는 것은 영화 속에 재현된 현실을 현실의 재현이라고 믿는 다수의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 같이 공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판문점은 남북한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집단 기억의 요소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영화 속에 나타난 요소들에 대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은 아닐지라도 현실을 바탕으로 한 재현적인 부분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영화 속 세상에 몰입하게 된다.

판문점은 한국전쟁이 휴전된 1953년 월에 남북 분계선인 38선 (지정학적 위치)에 세워진 남북 공동 경계 구역이다. 스티븐 히스(Stephen Heath)는 "현실, 즉 영화와 세계의 일치(match)는 재현의 문제이고 재현은 다시 담론의 문제, 즉 이미지의 조직, '광경들'의 정의, 그 광경들의 구성의 문제"라고 했다. 히스의 말처럼 한국의 분단영화는 분단 현실의 재현이며, 그 분단 상황의 광경들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새롭게 정의되고, 영화 속 세계의 현실은 재구성되는 것이다.

실존하는 판문점과 영화 속 세계의 재구성된 현실 판문점의 차이는 이처럼 현존과 부재의 차이와 같다. 판문점과 판문점을 소재로 한 영화는 현실과 실재를 재현함에 있어서 어떠한 자세로 현실을 해석하여 재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를 내포하게 된다. 공동경비구역 JSA 공간은 푸코가 말한 가시적인 대상을 권력자가 비가시적 위치에서 감시하는 장치로서 파악되는 장소가 된다 할 수 있겠다. 그 속에서 헤게모니와 이데올로기가 작용하면서 다른 두 공간을 지배하는 힘이 발산된다.

1. 사회적 지배에 대한 저항 공간, 「공동감시구역」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공동경비구역 안에 위치한 북한초소에서 북한군인 2명이 피살된 총격전에 대해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중립국 감독위원회에서 파견된 소피(이영애)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내용의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판문점, 돌아오지 않는 다리, DMZ 등의 공간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공간은 구체적으로 국경과 맞닿아 있는 공간으로써 이동이 철저히 금지된 공간이다. 국경의 표식은 마치 문지방 같은 낮은 턱으로 존재하며, 이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군사적인 배치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국경의 속성을 포함하고 있는 접경 공간에 대한 미디어 아트적 재현가능성이 주된 논의의 핵심이 되겠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감시와 팝 아이콘으로써의 장소정체성을 나타내는 정치적 분리 공간이다. 북한초소에 대해 영화는 은폐된 장소를 드러냄으로써 긴장 안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낸다. 북한 지하벙커 안에서만 제한되었던 남, 북한 병사들의 놀이는 초소 밖으로까지 나와 신체적 접촉을 일삼으며 진행된다. 정전협정에 명시된 법은 이제 이들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제시하지 못한다. 영화 말미에 밝혀진 이 진실은 몇 사람만 알 뿐 공식화되지 못한 채 은닉된다. 숨겨진 북한초소는 북한의 견고한 이념적 공간에서 벗어나게 되고, 긴장도가 약해지는 공간으로 변모하며 청년들의 유년시절 놀이 공간이 된다. 이러한 공간의 전용 또한 판문점과 감시초소라는 기능의 사회적 지배 기능에 반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저항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판문점이라는 공간이 그곳에서 근무하는 남북한 경비병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면 이들이 벌이는 행위는 오히려 이 장소의 정치적 정체성을 무너뜨린다. 문재철은 <공동경비구역 JSA>에 대한 연구에서 이 영화가 분단을 보여주는 방식이 이전의 영화들과 차이를 지니며, 그 차이점은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적에서 친구로의 전환이라고 썼다. 그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남과 북이 정체성이 서로의 차이보다 인정으로 구성되며 이는 분단을 상상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데이비드 하비의 공간개념은 "공간이 사회적 산물이고 동시에 그것이 사회적 구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공간은 단독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항상 사회와의 상관관계속에 연관을 맺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비의 논리를 빌리자면, 판문점이라는 대립과 감시의 긴장의 관계는 실제 공간이 가진 관계이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구성원들은 사회적 구성에 영향을 받는 인물들로써 서로를 인정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는 긴장의 연속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은폐된 진실이며 그 진실을 파혜쳐 가면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외부로부터 격리되고 은폐된 장소적 특성을 동시에 지닌다고 볼 수 있다.

2. 영화세트와 미니어쳐 판문점의 장소이동
감시와 경계의 정치적 공간 판문점 초소는 정치적으로 군인보다 자유로운 관광객들에게는 유희의 대상이 된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공동경비구역의 경비병들은 모두 마네킹처럼 서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 세트장에 고정된 자세로 정지된 사물처럼 촬영과 재현의 대상으로 위치한다. 관객들은 이 비현실적 공간과 상황을 사진 속에 담아가면서 긴장된 공간은 해학적 공간으로 치환시켜 버린다. 또한 이 공간은 스크린을 바라보는 극장 속 영화관객에게만 주어지는 합법적 관음의 자세가 허용되는 특권을 제공한다. 즉, 관객은 배우를 볼 수 있지만 배우는 관객을 보지 못하는 영화의 불문율이 여기에 적용되는 것이다. 관광객은 경비병을 보고 이러저리 공간을 유영할 수 있지만 경비병은 고정된 자리에서 부동의 위치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동경비구역은 우리의 현실 속에 재현된 또 다른 영화적 현실과 유사하다고 보는 인공적 풍경의 견해가 가능하다.

이 공간을 변형시키는 것에는 감시카메라의 전용이라 할 수 있다. 남양주 세트장에 건설된 판문점 세트장이나 이를 그대로 축소해 옮겨 놓은 판문점 미니어쳐 제작으로 사회적 지배체제를 재현하고 모형을 사용함으로 정치적 긴장관계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문점에서의 감시 체제는 오히려 관객과의 유희적 놀이를 제공 할 수 있다. 긴장과 감시의 이데올로기적 현장을 유희적 놀이공간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분단과 은폐의 공간은 오픈된 개방적 재현의 공간으로 변모되고 이에 대한 실천이 어우러진 공간이 된다.

*****

작가 김태은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 및 연세대학교 영상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1년 서남미술관에서 개최한 ‘시각적 봉입장치’전을 시작으로 총 6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2010년 중국 상하이에서 Cinematic Region으로 상하이 초대 개인전을 열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2003년 (아트센터 나비), 2006년 서울국제미디어비엔날레(서울시립미술관), 2008년 , Shanghai Exhibition Center, 중국, 2009년 <버라이어어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9년 , Sylvia Wald and Po Kim Art Gallery, 뉴욕, 미국 등에 참여하였다. 또한 2005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미디어 아트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하였고 2008년에는 전시 ‘집-기억’전으로 전시기획대상(일민미술관)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현재 경기창작센터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11월8일에 열리는 스위스 몽트뢰 아트페어에 한국관 특별전시에 참여작가로 참가하였다. <영웅들의 섬>(인천아트플랫폼), <서울메들리>(사이아트갤러리)가 올해 시리즈 개인전으로 진행되어 그 마지막 완결전시로 이 진행중이다.

작가 웹사이트 http://www.iiru.net
등록된 데이터가 없습니다

Error Message : Table 'leeand.TBLVISITOR2018' doesn't ex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