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아 개인전 [10.11.26 - 11.01.13]

헤져도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 닳고 닳은 냄비나 그릇, 아직 온기가 남아있을 것 같은 헌옷가지들을 보면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건 아마도 그 물건들과 함께 한 사소한 일상들이 물건의 기능을 떠나 어떤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작업은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 있다. 즉, 나무(물질)와 내가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나무를 자르고 갈아내고 다듬는 과정은 나무가 가진 물성과 나와의 끊임없는 소통의 시간들이다. 때로는 내가 나무가 되어 갈리고, 갈아낸 나무에서 나와 타인을 생각하는 순간순간이 쌓여진 시간들이다. 굽은 나무도, 옹이가 많은 나무도, 길가에 버려진 나무도, 돈을 주고 산 나무도 처음에는 그저 나무일 뿐이었다.
작업에 있어 어떤 나무를 선택하느냐보다는 어떻게 다듬고 얼마나 시간을 들여 공을 쏟았는지에 따라 그 나무는 비로소 나에게 특별해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어 나무와 만나는 일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 사람과 소통의 시간을 얼마나 함께 했느냐에 따라 비로소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고 온기를 만들어 내듯이....
나무를 보면 사람을 생각한다.
그래서 나무작업을 고집하는지도 모른다. 갈리고 잘려진 형상들은 어딘가 풍화되어 없어진 자연물을 닮아가고 둥글어진 형태는 몸 어딘가를 닮아간다. 그렇게 나의 작업에서 나무는 돌이 되고, 물방울이 되고, 사람이 되어간다. 나무를 다듬다 보면 누군가의 손등 같기도 하고 구부정해진 등을 쓸어내리는 것 같아, 또다시 손등을 쓰다듬고 다시 그 등을 보듬고 싶어진다.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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