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Wave 2010 [10.05.15 - 10.06.13]



Local Wave 2010

2010.05.15-2010.05.13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2010. 5. 15 토요일 3:00pm


리앤박갤러리 참여작가: 김정호, 오순환, 신하순



참여 작가 : 감민경 박상호 박자현 변대용 서정우 이진이 김정호 오순환 신하순

주최 : Local Wave 2010 운영위원회
주관 : 아트팩토리, 리앤박갤러리
후원 : 경기문화재단

관람시간 11:00~17:00 / 월요일 휴관





지역과 지역 간의 소통에는 동질성의 확인 이라는 맥락과 특수성의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 모두가 가능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지역적 삶의 특수성에서 파생되는 실존의 문제를 부각하기 보다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개별 작가들의 미학적 성취를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행여나 지역의 작가 몇 몇을 대표선수처럼 호도하거나 작가의 특징적인 국면을 지역의 특수성으로 확대해석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부산지역의 작가들도 여느 지역처럼 다양한 경향들이 혼재해 있을 뿐 아니라 이처럼 하나의 맥락으로 정리할 수 없는 작품경향은 최근 미술의 주요한 흐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이진이, 박자현, 박상호, 서정우, 감민경, 변대용과 '나무소리'라는 모임을 통해 작품발표를 해온 김정호, 오순환, 신하순의 작품이 전시된다. 2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작품의 성향이나 작가의 주된 관심사들도 매우 다양하다. 이진이의 경우 일찍부터 '일상'혹은 '작은 이야기'에 주목해왔고 감민경은 실존적인 뉘앙스가 느껴지는 '내면적인 풍경'을 그려왔다. 무의식속에 잠재된 상처를 되돌아보는 박자현이나 자신의 주변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서정우의 경우는 자아 혹은 주체의 문제와 깊이 결부되어있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팝아트적인 어법으로 선보이는 변대용과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재와 환상의 이중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박상호 등 작가들마다 독자적인 문제의식들을 드러낸다.


이진이는 최근 화면의 프레임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물론 과거의 작품에서도 구도나 구성의 문제의식이 드러나긴 했지만 최근의 작품처럼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주로 인물의 얼굴은 화면밖에 놓여있고 자신의 시선이 주목하는 부분만 클로즈업 되어있다. '작은이야기'즉 '일상'의 의미에 주목하는 작가의 시선은 최근 '압축'되어진 형상으로 '은유'의 의미를 보다 확대하고 있다. 부분만이 강조된 그의 화면은 보는이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으며 서사적이었던 과거의 작품에 비해 그 내밀함을 더해준다. 가령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이나 꽃을 들고 있는 여인의 형상은 비록 일상의 한순간을 묘사하고 있지만 삶에 대한 풍부한 은유를 느끼게 만든다. 마치 시가 서술을 포기함으로써 얻어지는 절제의 세계라고 말 할 수 있다면, 작가의 작품에서 뜨거운 음료를 마시려는 아이의 섬세한 표정, 새를 안고 앉아있는 아이의 옷주름, 그리고 여인의 품에 안겨있는 꽃은 이제 '시'가된다.



박자현의 작품은 사실적인 인물화의 어법에 충실한 듯 보이지만 수없이 많은 점을 찍어 완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비일상적인 상황을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인 트라우마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가이다. 이번전시에는 담배피우는 여자의 모습을 연속사진처럼 나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여인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으며 허공을 바라보는 처연한 모습 속에서 삶에 대한 깊은 허무를 느끼게 한다. 마치 연기는 지우개처럼 여인의 얼굴을 지워나가고 있으며 그 존재감은 너무도 미약하게만 느껴진다. 사회적 상처와 내면의 아픔을 동시에 상상하게 하는 독특한 그녀의 어법은 수없이 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화면의 밀도와 만나 더할 수 없는 깊이를 느끼게 한다.


반면 서정우의 인물화는 박자현과는 조금 다른 맥락에 위치해 있다. 서정우는 완성의 순간을 상정하지 않는다. 1개월 그린 그림도 있고 1년이상 계속해서 그려 나가는 작품도 있다. 대상의 본질에 육박해 들어가려는 작가의 의지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내밀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서정우의 인물화는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중립적 입장에서 사진처럼 극명한 화면을 구성하는 하이퍼 리얼리즘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조선후기 인물화가들의 화법인 '전신(傳神)의 개념과 더욱 닮아있다. 윤두서의 자화상처럼 섬세하게 재현된 인물은 그 형상을 넘어 작가의 깊은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사실적인 외형-피부의 질감, 여드름, 주름, 땀구멍-에 집중하면서도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인물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실재를 그려나간다. 이 부분이 서정우의 인물화가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다.


감민경은 심상적인 풍경을 즐겨 그려 왔다. 무한히 펼쳐지는 숲이나 스산한 풍경들은 산업화나 인공적인 구조물에 떠밀려간 자연의 이면을 상상하게 하기도 하고 내면 속에 침잠해있는 실존적인 그림자를 떠오르게 만든다. 최근 작가는 가로수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에 시선이 고정되어있다. 일종의 대상화된 풍경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형상화함으로써 전반적인 화면의 분위기 혹은 뉘앙스를 부각시켰다면 최근의 작업들은 보다 미시적인 시점으로 변화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뭇잎의 하나하나에까지 닿아있는 작가의 내밀한 시선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배경과 나무라는 이원적인 공간설정으로 작가의 주제의식이 보다 절제된 형태로 다가온다.


박상호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실재와 이미지의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흔히 '사진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 작가의 작업은 정교한 페인팅과 사진이 만나 어디까지가 실재이고 어디까지가 그려진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작가의 회화적 장치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적인 공간을 마치 무대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다. 프랑스의 개선문이나 명품매장, 혹은 남대문과 국회의사당이 무대세트로 전환되어 있는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관연 실재인지를 되묻게 한다. 어쩌면 각본이 짜여진 연극처럼 사람들은 무심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나 「아일랜드」처럼...


변대용은 탁월한 팝아티스트이다. 변대용이 구사하는 어법은 2000년대 이후 팝아트적인 감수성을 보여주는 일군의 작가들과는 분명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가령 이동기, 김동유, 최정화, 권기수 등의 작업에서 보여주는 일종의 '심미적 혹은 미학적 팝아트'혹은 '캐릭터 아트'와는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왜냐하면 그가 비록 대중적인 어법을 구현하고는 있지만 소비사회의 그늘진 이면을 사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현실비판적 시각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시선은 여전히 문명의 어두운 그림자 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중적 소통의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역시 이러한 작가의 특징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아이스크림으로 차가운 기운을 보충해야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주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백곰」시리즈와 자신들과 다른 아이들을 외면하는 새로운 형태의 집단주의를 고발하고 있는 「수상한 미키」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변대용은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현실에 대한 풍부한 은유를 느끼게 하는 탁월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과 더불어 부산이라는 공간이 만들어낸 그룹 '나무소리'가 참여한다. 나무소리는 일종의 자생적인 단체이다. 독일에서 유학하고 경성대 강의를 위해 부산에 머물렀던 신하순(현. 서울대학교 미술학과 교수)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김정호 그리고 오순환이 의기투합되어 만든 그룹이다. 문인화의 현대적인 지평을 확대하고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신하순과 80년대 부산 형상미술의 핵심적인 작가였던 김정호와 오순환은 서로간의 작품에 대한 깊은 동질성을 확인하게 되면서 이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이번전시에서 「나무소리」의 참여가 주는 의미는 깊다. 「나무소리」 이외의 작가들이 모두 젊은 신진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지역미술의 세대별 양상을 일정부분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 아트팩토리에서 지역의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매년 진행하고 있는 Local Wave는 국공립미술관에서 조차 쉽게 접근하기 힘든 야심찬 기획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미술에 대한 상호주의적인 교류와 소통이 보다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미술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사라질 수 있으며 진정한 상호교류의 장이 될 수 있다. 부산의 작가들이 이처럼 하나의 공간에서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어쩌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전시의 의미는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또한 Local Wave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의 면면은 사실 부산에서 조차 상호 비교의 기회가 흔치않은, 그 활동이 매우 활발한 작가들이다. 이번전시가 부산지역미술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역동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이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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